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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스토어 논쟁 - 부족한 것에 대한 진부하고도 당연한 잡설 만화 관련 생각

한동안 앱스토어에 네이버가 자사 사이트의 웹툰들을 '장시간'&'무료'로 '배포'하는 것을 두고,

1.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2. 만약 이런 무료 개념으로 앱스토어라는 논에 웹툰(만화)라는 컨텐츠의 물꼬를 튼다면,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로 이야기가 분분했다. 하지만 네이버의 빠른 대응으로 소란은 잦아들었고, 이러한 방식의 옳고 그름을 두고 소모전을 치른 누군가의 마음엔 멍이 들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한겨레의 관점에는 정치적인 시점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았다 보기는 힘들다. 실리를 추구하는 기업의 방식이 보통 우파적인 맥락에 닿아 있기 때문에 한겨레는 마치 조건반사하듯이 이 문제를 대했다는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겨우 이런 일에 내 정치가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얼굴 붉히는 것은 좀 우습다. 밖에서 보기엔 다들 너무 민감했다. 네이버는 분명 독점적 사업자이자 웹툰의 최대 공급처이기 때문에 만화를 가지고 뭘하든 의심받기 쉽고, 받는 의심에 초연해야 하며 처신엔 신중할수록 좋다. 그리고 그들은 제법 쿨하게 이 일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한발 나아가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어떤 식으로든 실현가능한 제안이 되고 미래로 이어지려면 반드시 그 '어플리케이션'의 작동방식과 존재이유를 만족시키는 작품(컨텐츠)이 있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팔릴 만한 컨텐츠, 거기 더해 원활하게 작동하는 시장, 그에 걸맞는 독자, 세 가지가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컨텐츠다.
그런 의미에서 웹툰은 그 질로보나 태생적으로 보나 '앱(APP)'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을 만족시킬만한 컨텐츠로서는 그 힘이 모자라다.

잠깐 출판만화생태를 돌이켜본다. 왜 밀레니엄 전후 '스캔본의 난' 이 지나간 뒤 일본작품들의 부수는 '반토막'났고 국내작품들의 부수는 '박살'이 났을까.국내만화의 실제 발행부수는 '희망발행부수-고사한 대여점 점포수'라는 계산이 얼추 들어맞을 지경인가. 국내 출판만화, 좁혀 청소년지의 만화들은 '총판이 먹고살 부수를 보증하던 비교적 안전했던 시절' 동안 일본만화들에 익숙해진 독자들의 눈높이를 따라잡는데 발빠르지 못했고, 결국 불이 났으며 결과는 다들 아는 바와 같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천박한 것들, 응당 사봐야 된다'며 분한 소리를 하지만, 그건 사랑하자며 캠페인한다고 사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임달영 씨가 '사보고자 하는 욕구가 생길 만한 컨텐츠를 만들면, 독자들은 반드시 사줄 것이다.' 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핵심이며 정답이다. 형식+코드가 일본 작품들의 그것에 준하는 작품들은 비록 속보이는 짓이더라도 납득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스캔본이 만화판을 궤멸시켰다'라는 이야기는 15만부 나갈 것이 스캔본 때문에 5만부 정도 덜 팔았단 이야기지, '5만부 팔 책이 스캔본 때문에 한 부도 팔리지 않았다'는 논리가 아니다. 그런 책은 당초 한 권도 팔리지 않을 재미없는 만화다.

다시 이야기를 웹툰으로 되돌려본다.
상업적으로나 작품들의 질로보나 출판만화가 고사한 상황에서 웹툰은 다양한 소재, 포털이라는 비교적 '착실한' 임시 플랫폼, 그리고 디지털 작업이라는 기술적인 변화까지 모색하여 이후 펼쳐질 '넷을 통한 유료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공간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존재의의는 그것으로 충분하며 그리 되어야 한다. 트래픽에 웃는 포털과의 미묘한 공생관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으나, 그것만으로도 이미 멋진 장사다. 다만 앱 시장에 진출, 만화시장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나가려면 웹툰은 '웹툰 2.0'으로의 업그레이드를 모색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태생이 무료, 1인 제작 컨텐츠라는 어설픔의 한계를 극복해 좀 더 세련되어지지 않는다면 웹툰은 큰 규모를 꾸려내지 못한 채 벼룩시장으로 그칠 것이다.

지난 100여년 우린 만화책-「만화」-「책」-을 보았다. 만화라는 컨텐츠가 책이라는 위대한 '어플리케이션'에 아무런 불편함 없이 들어앉아 작동해왔다. 우리는 이 과도기에 책을 고민하고 모니터 너머 미래를 고민한다. 어플리케이션의 작동방식을 만족시키는 컨텐츠를 만들어야 비로소 '어플리케이션'을 연구하는 사랑에 북받힌 이들의 마음을 녹여줄 수 있다.

결국은 작가들의 몫이 크기에 더더욱 암울하지만, 다행이 시대가 예술혼을 억누르니 그분 퇴임 전엔 뭔가 대단한 것들이 터져주지 않을까 하는 양념반후라이드반 농담으로 짧은 글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