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위의 통나무집

winderhill.egloos.com

포토로그



팝툰부군신위 만화책과 웹툰

얼마 전 팝툰이 휴간에 들어갔다고 들었다.
나는 팝툰이 엉뚱하고 괴상한 만화에만 집중해주길 바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재미가 좀 터져주면 이 잡지 먹고살만은 하겠네란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홱까닥 칙릿 전용 잡지인가 싶더니, 어느샌가는 소설도 들어간다. 맨 뒷장의 맺는 글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한겨레21을 읽었던가? 아니 잠깐, 읭? 씨네였나?!' 하면서 착란을 일으킨다.
어중간한 포지셔닝은 독자를 끌어모으는 게 아니라 기웃기웃 팝툰을 바라보던 시선을 분산시켰다.
잡지는 지향하는 장르와 정치를 향해 날을 세운 칼이어야 한다. 독자의 입맛이 어떨지 눈치살피는 게 아니라 잡지만의 재미 속으로 독자들을 거세게 잡아끌어야 한다. 소수자적 존재들의 자리를 마련해준단 식의 정치는 구성원 전부가 가난한 세계엔 통할 리 없는, 언어도단이다.

팝툰의 조잡함보다는 팝툰이란 '잡지'와, 팝툰 속의 '만화'란 장르와, 문화 전반에 빈곤한 '세계'의 열악함이 더 큰 죄란 걸 아니까. 지원금 끊기면 가뭄에 시든 꽃 모가지 떨어지듯 사그라들 운명이란 건 이미 시작할 때부터 알았다. 잔인하지만 그랬다.
언젠가 어떤 만화잡지가 다시 뭘 좀 해보겠다고 나선다면.
첫째가 재미고, 둘째도 재미고, 셋째도 재미다.
어설프게 굴지말고 먼저 총력을 다해 재미를 구축하라. 남이나 이미 마련된 다른 곳의 규칙에서 빌린 재미가 아니라, 당신들만의 재미를.
부단한 노력을 통해 잡지만의 재미의 원칙을 만든 다음, 그것을 철저히 지키는 인덱스를 구성하자.

정치는 그 다음에 해도 안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