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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만화 - 4X6 만화 관련 생각

만화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4X6 판형.
보통 160~200페이지 내외 분량의 흑백으로 인쇄된 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것을 역시 대부분의 경우 흑백으로 인쇄되는 속표지가 둘러싼 뒤,
소위 떡제본이라 불리는 무선 방식으로 책의 형태가 잡히면,
거기에 별색의 유무에 따라 4도, 혹은 5도 그 이상으로(아마 6도 인쇄는 현실적으로 불가능 하겠지만) 인쇄된 컬러 커버를 두름으로서 완성되는 작은 단행본입니다.
아무튼.
이런 '만화책'은 한국 중고등학교에서 가장 핍박받는 단행본 사이즈이며, 대여점을 거쳤든 서점에서 돈을 주고 샀든 누군가의 손에 가장 많이 들려졌고 포개졌을 사이즈입니다.

애니북스에서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해수의 아이'를 번역해 내고 있습니다.
월간 '잇키'에서 연재 중인 해수의 아이 원판의 본래 사이즈는 B6입니다. 4X6보다 약간 키가 작은, 요즈음 서울문화사에서 내놓은 시노후사 로쿠로의 '아가씨 발끈하다'가 그 사이즈입니다. 많은 일본쪽 만화 단행본이 신서, 혹은 이 사이즈로 출판되고 있죠.
아무튼 그런 해수의 아이 사이즈가 국내로 넘어오면서 '국판'으로 둔갑했습니다. 국판은 만화 쪽에 한정지어서 보면 순정만화 단행본 사이즈나 '애장판' 사이즈입니다. 프리미엄 판인 셈이고 가격은 여간해서는 6000원을 훌쩍 넘어가게 되죠.
물론 애니북스에서 해수의 아이의 단행본 사이즈를 키운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애니북스를 통해 소개되는 일본만화들이 재미 이전에 괜찮은 작품성과 20~30대 독자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하고 있단 점을 감안하면 4X6이나 B6을 비롯한 기존의 상업만화 프레임에 번역판 해수의 아이를 밀어넣는 것 보다 '국판'의 크기를 택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사줄 독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넉넉할 것이고. 국판으로 내는 이러한 만화는 기존의 4X6사이즈에 담기던 가벼운 상업만화들과는 의미면에서 다르다라고 '온몸'으로 선언해 두는 거죠. 일반 서적에 가깝다는.

책의 외양이 그 안에 들어앉는 컨텐츠의 의미를 상당부분 규정하고 간다고 한다면 4X6은 여전히 국내 상업만화에 가장 많이 쓰이는 모양새입니다. 들고다니기 편하고, 좋게 보자면 일본의 신서보다 약간 큰 덕에 눈이 덜 아프며, 만드는 입장에서도 하도 많이 찍어내다보니 부담없는 이 빅 포켓사이즈는 지금은 난파직전의 배나 다름 없는 국내 상업만화의 독보적인 프레임입니다. 누군가 오프에서 원피스 뺨치는 상업만화를 해보겠다고 출판사를 전전한다면, 아마도 셋이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는 모양새가 은근 조중동 같은 대·학·서(DHS) 트라이앵글에서 벗어나긴 힘들겠고, 분명 그 누군가의 손에 쥐어질 그의 첫 단행본은 4X6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이 책의 형태를 들여다 보십시오.
분명 좁아터진 지면입니다.
하지만 블리치나 원피스 등의 펼침면 가득 메우는 액션에선 결코 작아보이지 않는 큰 지면입니다.
자기 원고 위의 그림이 작은 사이즈 축소되고, 거기에 표지 삽화와 양 날개의 작가의 말과 보너스페이지, 속표지, 판권, 출판사 도서목록 등이 합쳐져 나오게 될 단행본을 상상해 보십시오. 항상 똑같은 이 4X6짜리 프레임의 장점만 살린 채, 어떻게 컨텐츠를 엮어 독자들에게 원고 내용 이상의 만족을 줄 것인지 짧게나마 고민해 보십시오.
본론으로 가기 전에 서두가 길었습니다.

그럼, 무한 4X6 공간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