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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만화! : 90년대 이후 출판만화②- 파(破) Q(급) 2014, 만화!

(이 '만화이야기 시리즈'는 일개 독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잡담으로
가끔 논리가 우주로 비약하기도 하며, 엄한 약을 팔기도 합니다. 
뜬금없는 스페이스 오페라(?) 분위기에 적응 안 되시는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권합니다.)


<지난 글>
2014, 만화! : 90년대 이후 출판만화①- 작품, <이 만화가 대단했다!> 

작품 이야기를 했으니, 그 작품 바깥 이야기로 이어보겠습니다. 이 글에는 구체적인 수치나 도표 따윈 없습니다. 오로지 썰! 만화를 주제로 한 방학숙제로 또한 적합치 않으니  개학을 앞둔 중고등학생들도 백스페이스, 새창으로 열리면 Alt+F4.

수출

저승사자이자 먼치킨 히어로 마제와 동료들의 모험을 그린 퓨전무협판타지 ‘마제’(김재환&나인수). 작품의 국내 인지도가 연재 중반 이후 하락세를 보인 것 때문에 가려진 점이 있지만, 마제는 해외에서 국내만화로는 최고의 성공을 거뒀습니다. 수출된 나라만 따져도 동남아 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뒤져보면 적게 잡아도 10개국 그 이상! 아, 일본 빼고요.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습니다.(=_=) 아무튼 '마제'는 단지 한국의 독자들에게 읽혀 끝나지 않고 세계 각국으로 나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품은 마제만이 아니라, 굉장히 많습니다.


남쪽으로―남아시아(동남아) 수출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립니다.
한국의 3사가 2000년대 이후 수많은 일본작품들을 닭(?)치는대로수입해 판매했듯이,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폴 등등 동남아 각국에서도 우리네와 마찬가지의 이유로 한국의 90년대 이후 출판만화를 꽤 많이 수입해 가져갔습니다. 그네들의 속사정을 소상히 알 수는 없는 일이지만, 그럴법했을 대강의 이유를 두 가지 꼽아봅니다.
크게는 그들의 경제가 꽤 성장했고(라오스에 한국만화 팔았단 얘기 못들어본 것은, 결국 만화도 좀 먹고 살만해야 볼 일이라는 얘기겠죠…, 다 라오스보다는 살림살이가 나은 나라들입니다), 작게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방영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자국 독자들의 만화―정확히는 망가―에 대한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다만 그것을 충족시킬 자국 내 만화인프라가 채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일본이나 한국의 ‘선진만화(?)’를 수입해 판매하는 것으로 차근차근 시장을 만들어갈 생각이었던 것으로(그저 보따리 책장사가 아닌, 만화를 사랑하는 순수한 선의로서 해석하자면…) 보입니다.
불황은 세계의 불황이고 이들 나라도 요즘 책장사가 안 되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몇몇 일본만화의 출간일이 늦어지거나 출간 자체가 보류가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크게 보면 여전히 수많은 일본만화들이 매달 백몇십 권씩 쏟아지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들도 우리나라의 만화들을 계속 꾸역꾸역수입해가고 있습니다.




<대만판 ‘야뇌 백동수’. 제목은 ‘서민검객…………’>


일본 슈에이샤의 작품들이―만화뿐만이 아니라 일반서 전 영역에 걸쳐, 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카이’ 라는 저작권 에이전시의 힘이 컸습니다. 서울대원학산 3사가 모두 이러한 해외저작권 에이전시를 곁에 두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에이전시’ 역할을 하는 주체가 해당 출판사 내부에 존재하든 독립된 법인으로 존재하든, 상업문화가 경제논리에 따라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흐르듯 만화의 존재감이 희미한, 그리고 문화적 동질성이 서양보다는 비교적 강한 동남아시아 쪽으로 꾸준히 수출되었고, 그것이 오랜 시간 이어져 단단한 인프라로 굳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작품이 어느 정도 괜찮은 완성도를 보인다면 으레 동남아 2, 3개국엔 자연히 수출되는 모양새를 갖췄다는 건 의미가 큽니다. 출판시장의 규모가 우리나라에 비해(한국만도 못하다니) 미미한 그들이더라도 우리나라의 만화책을 사보는 독자가 있으며 ‘절대 망가’의 영역에 3~4%정도 ‘만화라는 구역도 있다’라는 인식을 심어놓는 셈이 되니까요.

골목상권만 골목이 아니라고(…), 문화판에 빨대사업(?)을 대대적으로 개척 중인 'CJ E&M' 같은 친구들이 기업광고에 ‘MAMA’니 ‘비비고’니 ‘K-POP’이니 ‘우리가 쩰~ 잘하는 것’이라고 신나게 부르짖습니다만, 그건 자기들이 제일 잘 해온 게 아닙니다. 그것은 문화산업의 본능과, 빠듯하게 먹고살아가던 문화업계 종사자들의 부단한 노력에 의해 구축된 것입니다. 만화도 마찬가지고요.

북서쪽으로―유럽(북미권 포함) 수출

<프랑스판 ‘야뇌 백동수’. 제목은 ‘Swordman’… 이 달팽이들아, 제목!
'나루토-NARUTO-'를 '닌자보이'로 번역하진 않잖아!’ >

유럽만화(망가)시장은 확실히 프랑스가 축인 듯합니다. 자유 평등 박애와 더불어 ‘유럽 오타쿠’의 나라 프랑스! 그들이 ‘만화’에, 한국상업출판만화에 주목한 그 ‘첫 순간’이 언제 어느 타이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유럽은 동남아와 같은, 냉정하게 말하자면 ‘문화 하부’가 아니며, 꽤 오랜 시간 일본의 망가를 소비해왔습니다. 문화&경제적으로 대등하거나 상위를 점한 파란눈의 독자들이 호기심 가는 동양발(發) 서브컬쳐로서 '망가의 곁다리’ 정도로 '만화'를 주목하고 있고, 동남아에 열에 대여섯 작품이 수출된다면 프랑스(유럽)에는 그중 둘 셋만이 좀 더 까다로운 그들의 안목에 의해 선별되어 수출되며, 성공하게 되면 독일, 이탈리아어로도 간행되어 수출의 폭을 넓혀가는 테크트리를 밟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북미권 수출도 대체로 비슷한 양상이지만 유럽만큼 열린 안목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어찌보면 신중하다는 느낌도 좀 들고요) 프랑스를 중심으로 꽤 많은 한국만화들이 유럽에 진출해있고, 앙굴렘국제만화축제나 커다란 망가행사가 열릴 때면 작가들이 초청되어 길게 줄선 팬들에게 '정말 빡센(?)' 사인노동을 하고는 했습니다.

벌써 완결된 지 2년이나 지나버린 희대의 ‘상냥한’ 공감웹툰 ‘다이어터’. 대만을 포함 4개국 수출. 멋지잖습니까? 하지만 그 나라사람들이 어떻게 알고 한국의 ‘다이어터’를 수입해 갔을까요. 그 동네 출판사 편집자가 K-POP 광팬이라 한국 포털 다음을 자주 드나드는데, ‘만화속세상’에서 '다이어터'라는 대작을 발견, 알라딘에 가서 단행본 출간을 확인한 뒤 흥분상태로 그날 즉시 중앙북스에 오퍼를 넣었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편집자는 아주 부지런한 좋은 편집자입니다. 하지만 그런 가상의 사정 이전에, 앞서 설레발을 쳤듯이 90년대 한국출판만화가 동남아와 유럽을 아우르며 발을 넓혀둔 것이, 그네 나라 출판업자들에게 ‘한국만화도 있다’라는 안테나를 설치해두었고, 그것이 ‘다이어터’ 수출에 얽힌 가장 깊은 원인이라고 저는 봅니다.

'다이어터', 형들한테 감사하세요. 물론 로얄티는 쏠찬하진 않았을 겁니다. 




파급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어린 아이들이나 보는 것, 한참 공부해야할 청소년들의 귀한 시간을 좀먹는 것, 2~30대가 보면 철이 덜 든 것, 4~50대라면 자녀 곁에서 치워버려야 할 것. 무지에 대한 관용도 이해도 부족한 세계에서 서브컬쳐는 늘 꼰대와 싸워야합니다. 다만 50대보다는 40대가 덜하고, 40대보다는 30대가 덜하듯, 비록 긴 불황으로 마음들이 각박한들 주변문화를 대하는 안목은 차근차근 유연해지고 있습니다.

근처 교보문고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데, 50대로 보이는 아저씨가 함께 나온 대학생 아들에게
“야, 요즘 저기 저거 ‘미생’이라는 만화책이 아주 유명하더라. 한 질 사주면 볼 테냐?” 하니,
“아, 뭐하러 사. 저건 웹툰이라 인터넷에서 공짜로 볼 수 있어. 안 사도 돼.”
(……‘아부지가 기껏 대신 질러주시겠다는데! 그리고 이젠 유료란다!’ ……라고 외치진 않았습니다.)

…하는데까지 왔다면, 평범한 한국 소시민들에게 있어 만화에 대한 인식은 수십 년 전과 비교해 정말 부드러워진 것이겠죠.
사회적 인식의 문제도 있지만, 반대로 냉정하게 돌아봅니다. 꼰대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다만 ‘만화책이, 게임기가 자녀, 학생, 젊은이들 손에 쥐어져도 돼’라는 쪽으로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데는 ‘설득’보다 ‘물질과 시간’이 더 중요합니다. 70년대 만화는 대본소 깊은 어둠 속에 있었고 곧잘 불살라지곤 했습니다. 80년대 잡지만화가 생겨났고 호황과 올림픽 덕분에 몇몇 작품들이 애니메이션화되는 성과도 냈습니다. 하지만 그건 전두환 정권의 3S에 곁다리 편승해 살아남은 꼴밖에 되지 않습니다. 인식이 나아진 건 아닙니다.

90년대만화는 앞서 말한 서점에서의 아버지아들 에피소드와 80년대 이전을 강력한 힘으로 이어줍니다. 아이큐점프 30만부, 소년챔프 역시 꿀리지 않는 성적, 신작 단행본 초판 5만부를 찍으며 이 변두리에도 상업적가치가 큰 문화시장이 있다, 이쪽의 저변을 우습게 보지 말라, 라고 그 시장 속에서 20년간 싸워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웹툰도, 각양각색의 만화지형도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산이 변한다는 그 모든 10년이 미래에 다가올 10년의 다리가 되어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작품과 정체성면에서는 늘 크게 불연속적이라 한들 90년대는 그 어느 10년보다도 단단하고 튼튼한 다리였습니다.
(뭐 그렇지만 그 다리도 결국 =_=)


자, 행복한 이야기는 이걸로 끝입니다. 다음에는, 2000년대 이후 만화들과 함께 술잔(?)을 좀 기울여 보겠습니다.

<언젠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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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BOLT 2014/01/12 21:19 #

    잘 봤습니다.
    근데 이글루스 말고 어디 따로 투고하시는 글인가요?
  • 와인더힐 2014/01/13 14:26 #

    넵, 고맙습니다.
    글을 올리는 건 여기뿐입니다요 : )
  • BOLT 2014/01/13 17:53 #

    아.. 공을 많이 들여서
    작성하신 것 같아서 여쭤봤어요ㅠ

    올리신 글 읽다보면
    초등학교 하교길에 문방구에서
    만화잡지 사봤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돈 없어서 대여점에서 한두시간 동안
    서서 만화보다가 쫓겨났던 기억도 ㅎㅎ;;
  • Scarlett 2014/01/13 11:27 #

    Swordman의 압박...
    90년대는 한국 출판만화의 황금기였죠. 그때가 그립네요.
  • 와인더힐 2014/01/13 19:01 #

    그렇습니다...
    아무튼, '아직 안 끝났다'로 글마무리 하고픈 게 바람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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