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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만화! : 90년대 이후 출판만화③- 미끄럼틀 2014, 만화!

이 글은 만화판의 요모조모에 대해서 지극히 사적인 잣대로 심판하는 만화심판자―2014 만화입니다.
모든 이야기는 수치와 도표가 생략된 썰, 그리고 ‘카더라’통신에서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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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만화! : 90년대 이후 출판만화①- 작품, <이 만화가 대단했다!>
2014, 만화! : 90년대 이후 출판만화②- 파(破) Q(급)

이번에는 2000년대 이후의 포스트 출판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개고생은 개고생대로 했음에도불구 ‘노블레스’에 치이고, ‘습지생태보고서’보다도 안 유명하고, 바스티엥 비베스의 책보다 두세 배는 싸서 인세도 짠 4X6 판형 책을 내던 그 사람들, 그리고 작품들.

암(暗)

포스트 출판만화
BGM 'Why We Fail'―이승열

90년대 이후 출판만화라고 하면 당연히 밀레니엄 이후의 출판만화도 포함되죠. 그러니 2000년대 이후의 출판만화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히 ‘명’편에 넣어서 매듭지은 뒤 ‘암’으로 넘어와야 맞습니다. ……….
과연 2000년대 이후 출판만화 이야기를 하면서도 웃을 수 있을까요. 지난 포스트에 늘어놓은 90년대 명작들의 숫자만큼, 2000년 이후의 출판만화도 알고 계십니까? 변기현의 ‘로또블루스’요? 그런 거 말고요. 사실은 저도 잘 모릅!


상황

뭘 내놓아도 잘 팔리던 90년대.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서울, 대원의 무한금괴 혹은 도라에몽(?)이 되어준 작품은 사실 국내작품이 아니었습니다. ‘드래곤볼’, ‘슬램덩크’였습니다. 완전판으로, 또 프리미엄 완전판으로 계속 울궈먹는 까닭은 두 작품이 단지 명작이었고 요즘 내놓아도 잘 팔리기 때문만이 아니라, ‘로또 맞은 것처럼 본사 사옥을 지을 수 있게 해준 그 고마운 토리야마&이노우에 선생님(?)’과의 오랜 관계 문제도 있을 겁니다.

요즘 웬만한 젊은 사람들 붙잡고 ‘손오공 알아? 강백호는?’ 하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그게 누구인지 알 겁니다.(손오공을 ‘카카로트’로 알아먹으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이긴 합니다만) 정말 많은 사람이 그 당시 잡지로, 단행본으로, 복간판으로, 대여점에서, 스캔본으로(=_=) 두 작품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기초공사’였습니다. 원어민 영어공부와 마찬가지로, 한국만화와 비교해 세련된 ‘일본만화 문법’에 대한 기초강의였던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세련됨이란 상업적인 세련됨입니다. 실제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은 연출면에서, 작화면에서, 기호(記號)면에서, 스토리 조성면에서 교과서 같은 작품들이니까요. 그렇게 일본만화로 단련된 독자들이 나이를 먹고, 2000년대 이전보다도 더 많이 쏟아져들어온 다양한, 그리고 ‘고도’로 정제된 일본만화들을 보고 즐기며 하나의 취미로서 ‘만화’를 곁에 두기 시작했을 때,
한국만화에 대한 진짜 상대평가 또한 시작되었습니다.


밀레니엄 전후 세부상황

이 글에서만도 일조점호처럼 반복되는 IMF, 시장상황 악화, 청보법 이야기, 꼰대들의 규제, 그리고 대여점, 스캔본. 세기말 한국만화계에 사우론처럼 찾아온 재앙들. 이 부분은 뭐 잘 아실 테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자연재해’ 말고 늘 2순위 이하로 거론되는 세 가지 ‘문제점’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잘잘못을 가리려는 것이 아니고, ‘자연재해’가 어떻게 사람들을 망가뜨렸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편집부―현재
편집부에 대한 썰은, 기존에 떠돌던 ‘일본의 잡지 편집부에 비해 왜소한 한국의 잡지 편집부’라는 사실을 엉뚱한 방식으로 논증(?)하며 진행하겠습니다.

점프나 찬스, 챔프를 사보시면, 한국만화에서 일본만화로 넘어가는 사이에 목차와 함께 제작스태프―그 중 메인은 편집부 구성원―의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등등이 적혀 있는 걸 보실 수 있습니다. (근데 목차는 책머리에 만들어놔야 목차죠… =_= 이건 맨 뒷쪽에 목차가 있는 일본출판만화잡지 구성의 영향인 듯합니다. 실제 영향 받은 부분을 늘어놓으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만. 온라인판에는 목차가 앞으로 나와 있습니다. 보통의 경우 온라인 저작권문제로 일본만화가 빠져나가버리니까요.) 각각 몇 명쯤 되던가요? 보통 3~4명일 겁니다.
잡지 편집장 + 수석편집자(option) + 편집자 1~2명.
(3사가 다 그런진 모르겠으나, 최소 두 군데에서는 만화편집자를 ‘기자’라고 부르는데요. 이유가 어쨌든 잘못된 표현입니다. 편집자입니다.)

현재 각 잡지의 라인업은 많으면 대략 17작품(챔프), 적으면 12작품(점프) 정도 됩니다. 평균값을 내면 편집자 1명당 연재작 4개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맞을 듯합니다. 하지만 이 잡지편집자들이 실제 하는 일은 ‘담당연재작’을 관리하는 것만이 아닐 겁니다. 그것은 해외전작단행본―잡지에 연재되지는 않으며 단행본의 권리만 수입해 판매하는 단행본―들의 판권표시에 이들 잡지편집부의 편집자들 이름이 꽤 많이 등장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한 권수. 아마도 편집부 구조조정과정에서 벌어진 일일 겁니다. 간단히 말하면 ‘잡지편집자 1인당 담당하는 작품이 연재작 외에도 많아지는 것’. 예를 들자면 코레일이 지난 몇 년간 인원을 감축하면서도 신규채용 없이 줄어든 인력만으로 동일한 양의 업무를 처리해왔던 것처럼 말이죠. (…저기, 별 뜻은 없습니다. 몰려온다, 사정게! 도망쳐라, 시냅스!)
그 권수는 일정수준까지 계속 늘어가다가 요즘 들어 주춤합니다. 주요 서브컬쳐 사이트에서 이 3사의 날짜별 신간단행본들을 확인하시는 독자님들께서는 아마 알고 계시겠죠? 최근 들어 ‘만화책이 덜 나오고 있다는 것’.

‘서대학’ 3사는 제각각 한 달에 해외단행본을 몇 권 정도 쏟아내고 있을까요? 대충 짐작해봐도 백여 권은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들 서넛 명밖에 안 되는 잡지편집자들이 그 모든 해외단행본을 교정에서 인쇄감리까지 전적으로 나눠맡는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건 말도 안 되죠. 해외단행본 작업은 분명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았을’ 기존의 해외 전작단행본 전담팀의 손을 더 빌리고 있겠죠.
아무튼 결론은,

<어쨌든 잡지편집부는 잡지편집만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 다른 단행본 일들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이것은 하나의 일례일 뿐이고 이들이 무슨 일을 더 떠맡았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혹은 잡지편집자를 1~2명으로 최소화하고 나머지 인원은 타부서로 인사이동 시켜버리는 경우의 수도 있을 것이다.>

매출이 해마다 줄어드는 회사들이 밟는 아주 일반적인 테크트리(?).

분명한 점은 여러 출판만화전문가분들께서 지적해왔듯 한국의 잡지편집부 체제는 일본처럼 한 명의 편집자가 한 두 개 정도 작품을 맡고, 작가 화실을 밥먹듯 드나들며 기획에서 편집까지 꼼꼼히 일하며 작가를 서포트할만한 여건이 ‘전혀!’ 되지 않으며, 도리어 악화일로라는 것입니다.


독자―과거와 현재
요즘 야근이 DMZ에 매설된 지뢰 같다한들 하여튼 직장 다니면서 주머니에 여유가 좀 생기신 올드팬이라면 소셜커머스에서 2~30% 정도 할인하는 드래곤볼&슬램덩크 완전판 프리미엄 한 질 정도는 질러보셨을 겁니다. (‘마스터키튼’을 지르셨다고요? 거 훌륭하십니다 :D) 그럼 예전엔 ‘드래곤볼’을, ‘슬램덩크’를 어떻게 보셨습니까? 연재 당시 말입니다.
저 같은 경우 문방구에 쳐들어가 잡지채 그대로 서서 읽고 나오거나,
그중 열댓 번은 잡지를 공동구매(?)해서 친구들과 돌려보거나,
‘만화에 대한 규제가 없던’ 친구네서 천장 높이로 쌓아둔 1년치 잡지를 몰아보고 오거나,
단행본도 대여섯 권 정도 사거나―였습니다. 사둔 건 어머니가 나중에 전부 내다버리셨죠.

대여점이 생긴 후로는 문방구가 대여점으로 바뀐 것 정도였습니다. 잡지에서 읽던 작품은 ‘바람의 검심’이나 ‘히카루의 바둑(잘했다 서울. 완전판이라도 제목을 온전히 돌려줘서…=_=  그게 투표까지 할 일이었나?)’, ‘원피스’로 옮아갔죠. 대여점에서 권당 2~300원을 내고 ‘명탐정코난’을 전부 다 빌려와 야자시간에 읽었습니다. 순시하던 교감선생과 ‘메탈기어솔리드 놀음’을 합작하고는 했죠.

대학에 들어가니 기숙사 공유실은 온통 스캔본만화(그리고 야동) 천국이었습니다. 한 달에 단행본과 잡지 포함해 5~6권 없는 돈 쪼개 사보거나, 그래도 안 되겠으면 대여점 가서 빌려보거나 하는 사람들이 어느새 돈 좀 있는 사람 취급당하는(내가?!) 지경이 되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2013년의 서울 지하철. TNGT 수트 쫙 빼입은, 신입사원으로 뵈는 단정한 청년이 마찬가지로 근사한 가죽커버로 둘러싼 신형 아이패드를 꺼내듭니다. 그 안에 가득한 스캔본 ‘열혈강호’. ‘열혈강호’는 완전판이 나오지 않아서였을까요? 앱도 있는데 왜 그랬을까요?


작가와 작품―밀레니엄 전후
고등학교 시절 ‘천랑열전’의 광팬이던 친구가 30센티 플라스틱 자 들고 구두룡섬 운운하던 저더러 ‘왜놈’만화 따위 읽지 말라기에 대판 설전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이미 이분법으로 자를 수 없을 만큼 섞여있고, 앞으로 더 섞여갈 것이다. 네가 보는 천랑열전은 뭐 맹꽁이서당이랑 같은 항렬이냐?’가 저의 논리였습니다.(그런데 그 친구는 ‘도키메키 메모리얼’의 니지노 사키를 좋아했었더랬죠… 아니 그럼 그 여자(?)는 뭐 저패니즈가 아니었단 말임?)

무협은 취향이 아니었고, 그나마 보던 ‘붉은매’는 그 즈음 비학천류협 떡밥을 끝으로 산으로 가고 있었기에, 한국만화들 중 읽는 건 ‘짱’ 하나가 남았습니다. ‘짱’이 워낙 대단한 완성도를 보여주다보니 최병열 작가의 ‘핫도그’나 조운학 작가의 ‘니나 잘해’로는 도무지 성이 차지 않았습니다. 그 후 ‘크로우즈’ 같은 일본의 학원폭력물도 접했습니다. 나름대로 훌륭하다고 생각했지만, 짱은 이미 별도의 프레임을 만든 작품이었기 때문에 두 작품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지지난 포스트에 ‘이 만화가 대단했다’로 꼽은 작품이나 그와 대등한 레벨의 한국만화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제목조차 잘 기억 안 나는 어느 국산농구만화가 연재 마친 지 몇 년 채 지나지도 않은 ‘슬램덩크’를 대놓고 베껴그렸던 일이나, 제대로 마무리도 않고 훅하고 사라져버리는 작품이 부지기수라거나, 이런저런 일들이 쌓이면서 그 당시 한국출판만화에 대한 인식은 점차 더 나빠졌습니다.
 




결정적인 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여전히 ‘자이언츠 킬링’과 같은 무시무시한 축구만화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스포츠 같은 마이너(?) 장르는 시도 자체를 꺼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축협에서 연재지원금이라도 내놓지 않는한 말입니다. 그런데 아서라고, 그런 일이 실제 벌어져도 문제입니다. 잡지연재라면 분명 처자식 먹여살려야하는 끈(?) 좀 긴 중견작가가 3류작품을 뻥뻥 휴재하면서 연재하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겁니다, 그리고 웹툰연재라면 이미 유명작품을 연재 중인 어느 웹투니스트의 쏠쏠한 ‘투잡’ 정도밖에 되지 않겠죠)
 아무튼 10년 전 한일월드컵 전후로 양국에서는 축구만화가 많이 나왔습니다. 축구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에 책을 잡게 된 두 타이틀이 있었습니다. 조재호의 ‘폭주기관차’, 그리고 히구치 다이스케의 ‘휘슬’. 간행시기도 미묘하게 비슷합니다. ‘휘슬’은 98년 소년점프 연재, ‘폭주기관차’는 99년 아이큐점프 연재 시작, ‘휘슬’은 2002년 연재종료, 폭주기관차는 3년 더 길게 진행되어 2005년에 완간되었죠.
그리고 눈에 들어온 두 작품의 차이.
캐릭터조형, 주인공에 대한 감정이입 정도, 작화의 지향성, 컷연출, 편집부의 서포트. 한일양국을 대표하는 만화잡지에서 비슷한 시기에 내놓은 같은 장르물. 두 작품은 일본만화와 한국만화가 지닌 힘의 차이를 명백히 보여줬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축구만화로는 문성기 작가의 ‘쉬콜러’나 윤재호 작가의 ‘엔젤컵’ 같은 작품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두 작품이 가졌던 야심이란 축구 외에 다른데(?) 있었던 듯하고 다 5권 안에 연재종료되고 말았으니 논외로 합니다.)


류금철의 ‘떠돌이 용병 아레스’ 같은 독특한 컬러를 지닌 작품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웹투니스트으로 전직한 윤태호, 양영순, 김규삼(?<-이 사람은 좀 고민된다!) 같은 실력파 작가들이 출판만화시절의 비블리오그래피를 쌓았던 것도 그때죠. 만화가라기보단 신기술전도사 혹은 혁명전사(?) 같던 블랙리본 박무직 작가 같은 분들도 있었죠. 이밖에도 수많은 한국만화의 가능성들이 이 시절 새로이 생겨났습니다. 밀레니엄 전후, 그 시절을 통째로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서대학 3사의 출판만화체제로만 눈을 좁혔을 때, 대체적으로는 90년대 초중반 쌓아올린 시장규모를 바탕으로 ‘안일한’ 작품들을, 역시 ‘안일한’ 마인드의 편집부와 공모해 ‘이 정도쯤 만들어서 내놓아도 괜찮겠지’ 하며 계속 쏟아냈습니다. ‘만화작업은 시절이 어떻든 늘 고통스럽고 힘든 거야, 당신이 만화에 대해 뭘 아는데 그런 소리를 해?’라며 작가님들이 항의하신다면 무겁게 듣겠습니다. 하지만 변두리로 나선 만화인의 냉랭한 시각으로서는 그리 보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지내다보니 98~2005년까지의 작품데이터는 사실 좀 모자랍니다. 다음 포스트에는 정말로! 2000년대 이후 포스트출판만화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정확히는 격주간으로 전환된 소년코믹챔프에 데스노트의 후반부가 정식연재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몇 년 만에 다시 잡지를 산 순간, 2005년 이후입니다.


<언젠가 계속>